원글 링크(http://www.bloter.net/archives/30498/trackback)를 따라가면 볼 수 있는 블로터닷넷의 비전디자이너의 글은 최근 읽은 글 중 가장 명철한 글 중 하나다.
현재의 글로벌 IT의 맥락을 아주 깊이 있게 분석하면서도 놀라울만큼 명확하고 읽기 쉽다.
맞다.
IT doesn't matter.
툴, 유틸리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어차피 툴, 유틸리티는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어딘가에 사용될 때
비로소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다.
트위터 계정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겸연쩍긴 하지만..
분명, 새로운 유틸리티들을 잘 사용하는 자가 앞서 나갈 수밖에 없다.
포스트 PC 시대에 사람들에게 어떠한 욕구가 생겨날 것인가.
이를 예측하고 새로운 유틸리티를 이용해 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그가 바로 포스트 PC 시대의 새로운 강자, 승리자가 될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생각하면 거대한 악마가 연상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 지구의 모든 자원이 전자화되고 데이터화되어 하나의 자원에 점유되고 관리된다면,
이는 바로 성경에서 말하는 '적 그리스도'의 탄생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신학자나 종말론자들 모두 적 그리스도가 인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적 그리스도가 반드시 인간일 거라고 상정하는 것은 너무 제한적이고 상상력이 빈곤한 일 아닐까.
마태복음에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 선 것을 보거든 그때에 유대에 있는 자들은 산으로 도망할 찌어다'
라는 구절이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완성될 경우의 그 거대한 네트워킹 자원과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상상해보면,
나의 경우에는.. 한 마리의 거대한 검은 짐승이 연상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실체가 없으며 따라서 어느 시점이 지나면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전 지구적 규모로 모든 인간이 클라우드 컴퓨팅에 생활을 기대게 되면 없애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야말로 인터넷, 네트워크,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는 모든 인간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실체도 없는 대상에 그야말로 '예속'될 수 밖에 없다.
'거룩한 곳'을 성전으로만 해석하면 무리가 있지만, '다스리는 곳' 혹은 '지고의 위치' 같은 뜻으로 해석하면
완성형의 클라우드 컴퓨팅 세상은 그 자체로 '거룩한 곳'에 선 것과 마찬가지다.
비 기독교적으로 해석하더라도 완성형의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서는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실체도 없고 효과적인 통제도 불가능한 '어떤 것'이 세상의 모든 것에 실질적으로 간섭하고 지배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우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세상이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존재하고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태평한 사고로 일관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소리야' 할 수도 있지만, 세계의 불안정성에 대해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미시적으로 보면 유틸리티를 파악하고 잘 활용하는 자가 승리자가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그런 세상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정말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이 이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분명하고 뚜렷한 일이며 거스를 방법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흐름이 대해가 아니라 낭떠러지로 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은 왜인지...
이용해야겠다는 마음과, 이를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본능적인 두려움 사이에서 아직도 갈팡질팡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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