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혹성탈출의 프리퀄이므로 결론에 대해서는 모두가 다 알 것이다.
인간의 멸망, 그리고 유인원의 진화 및 지구 지배.
블럭버스터답게 볼거리 풍부하고 혹성탈출의 프리퀄답게 인과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어서
두 측면 모두에서 만족스럽니다.
주연 남우의 연기는 좀 평면적이고 멍청해 보이긴 하지만 선량해 보이는 미소는 괜찮다.
연기력은... 명배우 존 리스고우와 괴물 전문배우 앤디 서키스로도 충분하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헌데 여기에 양념으로 주제의식을 일관되게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블럭버스터 따위에서 주제의식 같은 건 전혀 기대하지 않는 편인데,
나름대로 일관된 철학을 밀고 나가면서 어색하지 않게 표현하여 마침내 설득력까지 얻어낸다.
줄거리 시놉과 포스터 분위기대로라면 사악한 원숭이 무리가 인간을 멸망시킨다..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선량하고 악의 없는 유인원이 끝까지 생명존중의 품위를 지키는 동안
사악하고 탐욕이 끝이 없으며 심지어 원숭이만도 못한 어리석음으로 무장한 인간들은
끊임없이 동물을 학대하고, 이웃을 미워하며 어리석은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하여 결국 인류 스스로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인류의 멸망은 지능을 가지게 된 유인원이 아니라 온전히 인간 스스로에게 있다.
이 얼마나 준엄하며 공정한 심판인가!
이 모든 것은 오로지 나와 나 아닌 모든 것들의 관계를 공생과 조화가 아닌
정복과 파괴, 획득과 이용으로만 파악하는 자본주의적/물질주의적 가치관에 다름 아니다.
현대 문명의 풍요로움이 사악한 이유는 그 토대에 이러한 사악한 가치관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악한 풍요로움을 너도 누리고 있으며 사용하고 있지 않으냐고 비난하는
초딩적 사고로 대응하겠다면 할 말 없다.
마치 너는 왜 너희 부모 밑에서 태어났느냐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어쨌든.. 감독이 이런 부분까지 의도했었을지 어떤지는 물론 모른다.
하지만 내가 수용한 이러한 주제의식의 표현이 적어도 우연히 나왔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연이란 건.. 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의 산업적 측면에 대한 고려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러한 주제의식의 유지와 표출을 해내는 것은 의도적이지 않을 수 없으며,
윌리엄 와일러와 히치콕 등의 명장에 비견할 바는 아니라 해도
할리우드 상업영화계에서 이러한 영화적 성과의 전통은 흔하지만은 않은 것이므로
한번쯤 극장에서 보아도 괜찮다고 권할만 하다.